에스프레소 커피가 그리워지는 계절

관리자 0 944

커피가 그리워지는 계절, 에스프레소면 더 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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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도 늦가을을 지나 겨울로 가는 계절이다. 찬바람에 몸을 웅크리면 커피 생각이 난다. 그 중에도 진한 에스프레소가 그립다.

나의 커피 이력은 미천하고 지금도  혼자 분위기에 취해서 감동하고 또 실망도 하는 커피 아웃사이더이다.

내가 커피와 친하게 된 계기는 총각 자취방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맥스웰하우스 커피라는 분말 커피가 주류였고 맥심 알갱이 커피가 고급으로 대우 받던 시절이었다.

중학교 교사 초년 시절에 한문 고전을 배우겠다며 홍릉 세종대왕 기념관 근처로 자취방을 잡았다.

부엌이 없는 방이라서 밥을 해 먹을 수 없었고, 방안에서 불루스타에 식빵을 구워 먹었다. 

그때 식빵 한 조각 먹고 나서 마시는 알갱이 맥심 커피가 왠지 나를 고급스럽게 해 주는 것 같았다.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한 지식이나 뭣도 없이 그냥 쓴 커피를 고독인냥 지성인냥 인내하면서 마시곤 했다.

 

그 뒤 제법 세월이 흘러서 일산에 작은 아파트로 입주했는데 길가에 분위기가 다른 커피점이 있었다.

할리스 커피점을 처음 가 본 것이고 그때 처음 에스프레소 커피를 맛 보았다. 

뭔지도 모르고 그냥 작은 잔에 진한 커피가 멋져 보여서 홀짝거리고 마셨다. 몹시 썼지만 고소한 맛과 함께 오래 기억되었다.

그 뒤 종로에서 팔자에 없는 가게를 하나 냈는데 손님 접대 핑계로 홈에스프레소 머신을 하나 장만했다.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머신이라는 홈쇼핑 광고도 기억나는, 그때는 참 대견한 물건이었는데, 드롱기 가정용 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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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푸대접 받지만 그때는 참 귀하신 몸이었다.

이 머신으로 가게에서 손님들에게 에스프레소 한 잔 뽑아 시럽 한 방울 얹어 내 놓으면 다들 감탄하면서 마시곤 했다.

나는 커피의 선구자쯤 되는 양 우쭐했고....

그러다가 가게 계약 문제로 건물 주인어르신과 힐튼 호텔에서 만났다. 거기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진하고 향기로워서, 가격이 퍽 비쌌지만 지금도 먹고 싶어지는 맛이다.

 

커피 로스팅을 하면서 추출을  대개 핸드드립으로 한다. 어려워서 내릴 때마다 맛이 다른데, 어려우니까 더 집착하게 되는 것이 커피인 것 같다.

매일매일 빠짐없이 쓰고 떫은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서 아내에게 내밀고 십중팔구는 쓰고 떫다는 판정에 기가 죽으면서도 핸드드립에 매달려 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맛있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셨다.

서울시가 주관하는 김장문화제가 광화문에서 열렸는데 수원 유스티노 형제가 커피 부스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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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단체를 후원하는 일일 카페라고 하는데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뒤 Mother's room 이층이었다.

'커피 디 오리진'이라는 새 브랜드로 참여하고 있었다. 인사 나누고 커피 한잔, 에스프레소를 청해서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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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잔 밑바닥에 깔린 에스프레소가 정말 맛있었다.

걸리거나 막히지 않고 상쾌해서 연거푸 석잔을 마셨다. 

욕심을 내자면 에스프레소 특유의 진하고 톡 쏘는 듯한 매력까지 있었으면 더 좋겠다 싶지만 

그것은 날씬한 아가씨에게 근육질 몸매를 보여 달라는 격이다.

쓰지 않고 새콤달콤하고 부드러운 에스프레소 커피라서 자꾸만 생각나는 커피였다.

 

며칠 만에 열어 본 쪽지 함에 쪽지가 한 장 있었다.

부산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분이라는데 스트롱홀드로 로스팅한 에스프레소 블랜딩 커피 1Kg을 보내 줄 수 있느냐는 아주 정중한 내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유스티노 형제의 에쏘 맛에 감탄하고 있던 차에 같은 로스터를 사용하는 내가 볶은 에스프레소 맛은 어떨까 시험해 볼 기회였다.

커피점처럼 구색을 갖추고 있지 않았기에 가지고 있던 생두 몇 가지로 아마추어 에스프레소 블랜딩 1Kg을 보냈다.

맛이 어떨까? 궁금해 하면서 하루가 지나서 문자 메세지가 왔다. 커피 잘 받았으며 커피가 부드럽고 맛있다는 내용이었다.

의례적인 인사일 수도 있지만 기분이 퍽 좋았다. 에스프레소가 더욱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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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의 에스프레소 머신 드롱기 홈머신으로 한 잔 뽑아 마셨다.

영 아니다. 이것이 최고로 맛있는 커피인 줄 알고 취하면서 마셨는데, 쩝, 이러다가 머신 지르게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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